본문 바로가기
리뷰/도서 리뷰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프랑수아즈 사강) : 서평/리뷰

by 히도:) 2019. 11. 19.

지지난주 일요일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빌렸다.
막상 도서관에 갔더니 빌리려고 생각했던 책이 대부분 대출중이었는데 그 중 유일하게 대출이 가능한 책이었다.

이 책을 처음 알게된 건 <문제적 남자>라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5명 중 블락비의 박경이 추천한 책이었고, 자신의 노래 중 하나가 이 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어떤 내용의 책인지 많이 궁금했었다.


1.

이 책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여자주인공인 폴, 그녀의 연인인 로제, 폴에게 빠진 시몽,
이 세 사람의 삼각관계가 책의 주요 내용이다.

로제와 오래 연애를 한 폴은 안정적인 연애를 꿈꾸지만 연인인 로제는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폴이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한다. 그 때문에 폴은 계속 외로움을 느끼고 그 때 시몽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폴은 시몽을 잠깐 만나지만 결국 원래의 연인인 로제에게 돌아가면서 작품은 끝이 난다.

2.

책을 읽어보지 않고 내용만 들었을 때에는 간단한 줄거리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면 간단한 내용 안에서도 인물들의 감정이 감각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독자에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와닿았다.

예를 들면, 폴은 오래된 연인인 로제가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시몽의 계속되는 구애로 시몽과 함께 살게 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원래 연인인 로제에게 돌아가게 되는데 그 장면을 작가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저녁 8시,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기도 전에 그녀는 로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미안해. 일 때문에 저녁 식사를 해야 해. 좀 늦을 것 같은데......”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까지 왔을 때에도 나는 폴이 시몽과 연애를 계속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마지막의 이 장면이 꽤 충격적이고 소름이 돋았다. 작가는 폴과 로제의 재회를 이렇게 표현함으로써 폴이 시몽을 만나기 전에 느꼈던 외로움을 로제를 만나면서 되풀이하게 된다는 것을 암시한다.

3.

저자인 프랑수아즈 사강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에서 물음표가 아니라 말줄임표를 사용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제목에 왜 물음표가 아니라 말줄임표를 사용한 건지 계속 궁금했는데, 이 표현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것이라기 보다는 청유의 표현이라고 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아니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를 좋아해야 합니다.’에 가까운 표현이라는 것.

프랑스에서 브람스는 인기가 별로 없다고 한다. 따라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표현은 모차르트를 좋아하세요와는 다른 느낌을 주는 표현인 것이다.

따라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처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들로의 초대라는 의미를 지닌다.
​로제와의 오랜 연애로 관성에 젖은 생활을 하는 폴에게 던지는 시몽의 메세지인 것이다.

4.

처음 시몽이 폴에게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말했던 장면이 제일 좋았던 것 같다.
폴의 관성에 젖은 삶에 돌을 던져서 울림을 주는 느낌이라서.

​​요즈음 그녀는 책 한 권을 읽는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창 앞에서 눈부신 햇빛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댓글